N리그및K3리그
'中' 검은 돈에 멍든 '韓' 아마추어리즘
인유사랑
2008. 11. 2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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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는 아름답다. 때 타지 않은 순수함 그 자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프로축구의 하부 리그를 자처하는 내셔널리그와 K3리그에서는 이런 순수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친 플레이에 몸을 사리는 모습도 현실에 안주하며 어영부영 뛰는 모습도 보기 드물다.
선수 생활을 다시 해보겠다며 장롱 속 축구화를 꺼낸 이도 있고, 현역 은퇴 후에도 뛸 수 있을 때까지 뛰겠다며 출렁거리는 뱃살을 들고 경기장에 뛰어든 이도 있다.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들어보면 뛰는 그 자체가 인간극장인 사람들이 모인 그곳이 바로 하부리그다.
그러나 취약하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그만 둘 수도 있고, 일을 그르쳐도 책임이 작다. 무엇보다 순수한 만큼 때 타기도 쉽다.
지난 주말, 한국 축구계가 술렁였다. 중국 발(發) 검은 돈이 한국 축구의 아마추어리즘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중국 사기도박 업자가 국내 축구경기에 개입해 승부 조작을 벌여 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 경찰서는 22일 중국 도박업자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를 조작해 온 혐의로 K3리그 소속 축구선수 이모(28)씨를 구속했다. 승부 조작을 한 번 할 때마다 100만 원~2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가 없던지, 적은 선수들을 찾아 승부 조작을 대가로 돈을 지급하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다. 국내 축구계에서 이러한 사례로 구속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륙의 검은 돈이 황해를 건너 한국의 축구판에 스며들었다는 가슴 철렁한 소식이었다. 정보를 볼모로 선수들에게 살해 위협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소식은 또 한 번 국내 축구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유혹에 취약하다는 점이 사기 도박단에는 매력이었다. K3리그에는 젊은 시절까지 축구만 해오다 부상 등 다양한 사유로 축구를 그만둔 선수들은 지금까지 키워 온 재주라고는 축구밖에 없는 선수들이 많다. 그들은 그 재주를 통해 어떻게든 돈을 벌고 싶었을 것이고, 이런 점을 중국 도박단은 여지없이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과는 비참했다. 시작을 말았어야 했다. 그것은 엄연한 범죄였다. 궂은 일 한 달하면 벌 수 있는 돈에 양심도 팔고 살해 위협도 받았다. 엄정한 법 앞에서 무릎 꿇고 머리도 조아려야 했다.
아름다웠던 아마추어리즘은 사라지고 추한 범죄로 다시 태어난 모습에 그간 그들의 열정에 손뼉을 치고 응원해 온 소수 팬들의 아쉬움은 더 크다.
돈에 취약한 국내 아마추어리즘의 슬픈 현실을 보여준 사건이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은 여기서 그칠 수도 일파만파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드러났을 때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점이다. 경찰은 내셔널리그 등 실업 및 K3리그 전 구단을 대상으로 수사 폭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간 이와 비슷한 소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해당 연맹 및 축구협회에서도 엄중한 자체 조사를 통해 근원부터 없앨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하부리그 축구의 참맛이자 원동력인 ‘아마추어리즘’을 사수할 수 있다.
[축구공화국ㅣ김형준 기자] mediaboy@footballrepub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