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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언제나 있었던 그 이름이 없다

인유사랑 2008. 11. 3. 17:17
이운재가 1년 4개월 만에 침묵을 깨고 다시 대표팀에 복귀한 것과 달리 당연히 보여야 할 이름이 보이지 않아 눈길을 끈다.

오늘(3일) 오전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19일 리야드에서 벌어질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전에 출전할 25명의 대표팀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을 살펴보면 이운재가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하대성과 임유환 등 이번에 새롭게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도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한 선수가 없다. 바로 지난 UAE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인해 대표팀에서 빠졌던 빗셀 고베의 김남일이다.


김남일 제외, 기성용 중심으로 중원을 재편한다?

허정무 감독 체제로 출범한 이후 김남일의 비중은 매우 컸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탁월한 능력을 과시하는 베테랑 김남일은 경기외적으로도 카리스마넘치는 주장으로서 팀원들을 하나로 묶는 매개체 역할을 충실히 했다. 허정무 감독 체제가 출범한 이래 김남일이 대표팀 명단에서 빠진 것은 지난 UAE전이 유일하다.

지난 UAE전에서 김남일을 대신해 주장완장을 찼던 박지성은 영국으로 돌아가기 전 다시 김남일이 주장 역할을 했으면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UAE전에서 대단히 뛰어난 리더십을 과시했던 박지성마저도 대표팀에서 김남일의 비중을 인정한 것이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김남일의 복귀가 확실히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김남일의 이름이 이번 대표팀 명단에는 없다. 후배들의 맹추격이 돋보이지만 그래도 붙박이였고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김남일이 없다는 것은 매우 생소하다.

허정무 감독은 이번 대표팀 명단 발표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김남일의 제외에 대해 “고심을 많이 했다. 당장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완곡하게 설명했다.

김남일이 소속팀 빗셀 고베에서 주전 선수로 꾸준히 출장하며 여전히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고 있지만, 허정무 감독은 최근 급성장한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대표팀 허리진의 개편에 더욱더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느냐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할 수 있다.

강력하고 거친 압박과 정확한 롱패스를 주무기로 하는 김남일의 가치는 매우 대단하지만, 넓은 활동폭과 정확한 패스워크, 득점을 향한 적극적인 움직임 등을 내세운 기성용의 그것 역시 김남일에 뒤지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거침없는 상승세를 바탕으로 대표팀에서도 제 몫을 하고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대표팀 중원의 무게 중심을 기성용으로 옮기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는 실험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로도 해석된다.

내년 이란과의 4차전 경기에서 김남일이 다시 호출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허정무 감독으로서는 북한, 우즈베키스탄, UAE와의 3연전을 통해 지금의 자원만으로도 충분히 김남일의 공백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 같다. 절대적인 카리스마로 대표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해온 김남일 없이도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축구공화국ㅣ김태석 기자] ktsek77@footballrepub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