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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최고의 정점에서 시련기에 접어들다

인유사랑 2008. 11. 17. 08:30
K-리그 통산 471경기 출장, 3골 득점, 470골 실점. 올 시즌 프로 17년차에 접어든 베테랑 골키퍼 김병지가 남긴 결과물이다. 프로 선수로서 한결같은 경기력과 톡톡 튀는 개성으로 사랑을 받았던 김병지의 이 위대한 결과물이 계속될 수 있을까?

지난 2006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뛰어난 순발력과 판단력으로 소속팀 FC 서울의 골문을 수호했던 김병지가 소속팀을 떠났다는 보도가 터져나와 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1992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팬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으며 프로 최다 출장 기록을 가지고 있는 김병지가 이 위기를 딛고 자신의 목표인 프로 통산 500경기 출장을 기록할 수 있을까?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K-리그 최고의 수문장으로 군림하던 김병지의 지금이 아쉽기만 하다.


최고의 수문장, 대표팀 복귀 그리고 세대교체의 칼날

의심의 여지없이 김병지는 지난 십여 년간 이운재와 함께 K-리그 최고의 수문장으로 활약해왔다. K-리그 출범 이후 김병지만한 개성넘치는 골키퍼를 찾기란 쉽지가 않다. 그 개성만큼이나 한결같은 경기력으로 그는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서울로 이적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김병지는 서울로 이적한 뒤 ‘수호신’이라는 평가가 걸맞은 활약을 펼쳤다. 지난 2006시즌 포항 스틸러스에서 서울로 이적한 김병지는 두 시즌간 주전 골키퍼 자리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자신의 장기인 뛰어난 순발력에 풍부한 경험이 어우러져 그는 K-리그 최고의 수문장으로서 굳건한 자리를 지켰고, 자연히 지난 두 시즌 서울의 골문은 김병지의 몫이었다.

그리고 그는 허정무 감독 체제로 전환한 대표팀에 발탁되는 노익장까지 과시했다. 비록 칠레와의 경기를 앞두고 부상으로 인해 중도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만 37세의 나이로 다시 대표팀에 들어섰다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인 일이었다. K-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선수를 대표팀에 불러들이겠다고 공언했던 허정무 감독의 말을 감안한다면, 김병지는 무려 15살 차이가 나는 정성룡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올 시즌 김병지는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시련을 맛보고 말았다. 허리 부상으로 인해 김호준에게 서울의 골문을 넘겼을 때만 해도, 김병지가 시련을 맛보리라고 생각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호준을 비롯해 조수혁등 젊고 가능성있는 골키퍼들이 버티고 있는 서울이지만, 두 시즌동안 확고한 입지를 자랑한 김병지가 없는 서울의 골문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병지는 올 시즌 단 여섯 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쳤다. 1992년 프로에 데뷔한 이후 가장 적은 출장수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5월 18일 대전 시티즌 원정 경기 이후 운동장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김호준에게 넘긴 주전 골키퍼 장갑은 김병지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대표 복귀전을 앞두고 당한 허리 부상으로 시작된 그의 불운이 생각하지도 못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세대 교체 카드를 뽑아든 세뇰 귀네슈 감독의 눈에서 배제되면서 김병지는 최근 소속팀을 떠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두 시즌 정도 뛸 수 있는 새로운 팀을 찾겠노라고 덧붙였다.

십년지기 라이벌 이운재가 징계 기간이 지난 후 다시 대표팀에 복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선수 본인이 여전히 뛸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보이고 있는 김병지가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졸지에 무적 선수가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병지의 의지가 행복한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