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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 새끼? 가장 화려했던 최태욱의 재발견

인유사랑 2008. 11. 24. 08:18
1년 전 포항 스틸러스 소속이었던 최태욱은 소속팀의 가을 반란에서 철저히 들러리 역할에 불과했다. 종종 교체 선수로 출전했을 뿐, 그의 포지션은 측면 공격수가 아닌 벤치 선수에 불과했다. 어쩌면 포항의 우승은 최태욱과는 별개의 이야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한 때 최하위로 바닥을 쳤던 전북의 대반란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오후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이하 K-리그) 6강 플레이오프전에서도 최태욱은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미운 오리 새끼’에 불과했던 최태욱은 뒤늦게나마 자신의 가치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것이다.



들러리, 미운 오리 새끼…이제는 옛 이야기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포항 소속으로 경기에 임했던 최태욱은 파리아스 감독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되었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탁월한 득점력을 감안한다면 선발은 아니더라도 슈퍼 서브로 활용해볼만 한데도, 파리아스 감독의 선택은 그 슈퍼 서브의 역할마저도 최태욱이 아닌 이광재에게 줬다. 들러리 역할에 불과했다. 최태욱 개인에게 있어 포항의 우승은 별 의미가 없었고, 이는 포항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최태욱은 시즌 종료와 함께 전북으로 둥지를 옮겨야만 했다.

새로운 전북에서도 시련은 마찬가지였다. 국가대표급 선수 최태욱에게 최강희 감독은 눈길한번 주지 않았다. 최강희 감독은 기자들과의 만난 자리에서 매번 최태욱의 정신력을 꼬집었다. 보통 자기 선수를 품에 안는 모습을 보이는 다른 감독과는 달리 최강희 감독은 대놓고 최태욱을 질타했다. 최태욱은 점점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최태욱은 점차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후반기부터 정경호와 함께 전북의 측면을 담당하며 선발로 꾸준히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활용한 최태욱의 질주는 국가대표 김형범을 벤치로 밀어냈다. 전반기에 바닥을 치던 전북의 성적도 최태욱을 비롯한 주전 선수들의 분전으로 인해 점차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 여세는 6강 플레이오프까지 닿을 수 있었다. 무기력한 최태욱의 모습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최태욱은 23일 벌어졌던 성남 일화와의 경기에서 제대로 사고를 치며 자신의 존재가치를 다시 한 번 알렸다.

패색이 짙어져 가던 후반 30분, 골문 앞 혼전상황에서 침착하게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간 것이다. 단순히 동점골을 기록했다는 것만으로는 최태욱을 평가하기 힘들다. 측면 공격수로서, 섀도우 스트라이커로서 활약하고 미드필드 깊숙한 곳까지 내려와 수비수들과 함께 압박을 펼치는 등 전방위적인 활약을 펼쳤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헌신적으로 경기에 임한 끝에 그의 소속팀 전북은 예상을 깨고 성남을 격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던 최강희 감독도 경기 후 다음 시즌에는 더욱 발전할 것이라며 최태욱을 극찬했다. 최태욱 역시 자신의 것을 버리고 최강희 감독이 원하는 축구를 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답했다. 여러 팀을 전전하며 쓸쓸한 저니맨 생활을 해야 했던 최태욱이 뒤늦게나마 다시 재평가를 받은 것이다.

오는 26일 울산과의 경기를 앞두고 최태욱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형범이 부상으로 빠져 그는 이번 경기보다 더욱더 많은 짐을 짊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쳐 흐른다. 그리고 이 상승세를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지난 시즌의 들러리 역할도, 올 시즌 초반의 미운 오리 새끼 같은 팀 내 입지도 이제는 옛 이야기다. 시간의 터울을 돌고 돌아 다시 한 번 스타로서의 가치를 마음껏 발산하는 최태욱의 재도전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된다.

[축구공화국ㅣ김태석 기자] ktsek77@footballrepub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