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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를 넘어선 경기력 보여준 박지성

인유사랑 2008. 11. 20. 11:05

에이스란 표현이 아깝지 않고 주장의 역할이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이제는 ‘탈아시아 선수’란 표현마저도 이상하지 않다. 한 마디로 군계일학(鷄群一鶴)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장’ 박지성이다.

20일 새벽(한국 시각) 사우디 리야드에 위치한 킹 파하드 국립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완파하고 2연승을 거두며 B조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한국은 0-0으로 진행되던 후반 32분 이근호의 선제골로 앞서나갔고 후반 추가시간에는 박주영이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을 터트리며, 19년 무승 징크스로 한국을 괴롭히던 사우디를 완파하며 활짝 웃었다.

이번 경기에서는 많은 선수의 활약이 있었지만 ‘캡틴 밴드’를 차고 풀타임을 소화한 박지성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의 경기력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단연 빛났고 화려했다.

사실 사우디전에서 박지성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박지성이 갖고 있는 경험과 기량의 수준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이지만, 지난 주말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소화했고 중동으로 넘어와 대표팀에 합류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박지성이지만 체력적인 문제를 먼저 걱정해야 했고 시차와 환경 등 경기 외적인 요인에 대한 적응 문제를 걱정해야 했다. 박지성에게 사우디전은 그래서 쉽지 않은 경기였다.

그러나 박지성은 주장으로서 그리고 에이스로서의 소임을 너무나도 충실하게 소화하며, 사우디전 19년 무승 징크스 탈출에 커다란 힘을 보탰다. 공격에서는 물론이고 허리에서의 주도권 싸움과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역시 박지성’이란 찬사를 이끌어 냈다.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을 읽는 영리한 드리블 돌파는 기본이고 동료를 향한 적절한 패스도 빛났다. 그리고 모든 선수를 통틀어 가장 안정적이었던 볼 키핑 능력은 박지성이란 선수가 갖고 있는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었다.

후반 32분 이근호의 결승골의 시발점이 된 장면은 아름답기까지 했다. 박지성은 왼쪽에서 올라온 이영표의 크로스를 가슴 트래핑으로 받아낸 후 강력한 슈팅을 때렸고, 박지성의 발을 떠난 볼은 비록 상대 골문으로 향하지는 않았지만 이근호에게 연결되어 결승골을 이끌어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라운드 최종전이었던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상대의 높은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던 결승골 장면이 떠오를 만큼 멋진 볼 트래핑과 슈팅 장면이었다.

결코, 쉽지 않았던 사우디 원정 경기. 이번 경기에서 박지성이 보여준 주장으로서의 역할과 에이스로서의 역할은, 한국이 19년이라는 길었던 사우디전 무승 징크스를 풀어내는 데 정말 커다란 힘이 되었다.

[축구공화국ㅣ손병하 기자] bluekorea@footballrepub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