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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스타' 전경준, 싱가포르서 제2의 축구인생
인유사랑
2008. 11. 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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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3년 프로에 데뷔해 포항 스틸러스와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쳐, 지난 2005년 전북 현대까지 13년간 K-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축구선수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전경준.
2006년 선수생활을 계속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진출한 그는 S리그 명문구단 Home United FC로 이적하며, 데뷔 첫 해 13골로 득점순위 11위 그리고 2006시즌 리그 베스트11에 선정되며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하지만, 그해 4위에 그친 팀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대적인 팀 개편을 시도해 34살의 노장 용병 선수에게 더 이상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듬해 홍인욱 감독을 도와 슈퍼 레즈를 창단하고 코칭스태프로 참여해 지도자로 변신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팀을 떠난 후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의 축구인생 첫 감독직을 수락하며 슈퍼 레즈와 재회했다. 그는 팀을 맡은 1년 만에 꼴찌팀을 우승을 넘보는 강팀으로 성장시키며 그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축구선수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 제2의 축구인생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전경준 감독과 이런저런 '축구'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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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목표를 3위라고 밝혔었다. 목표를 초과 달성했는데 소감은?
처음 목표를 3위라 밝혔지만 시즌 개막 후 경기를 해나가면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러나 그 기회를 놓쳐 2008년은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로 남을 것이다.
-리그 3경기를 남겨두고 우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2연패하며 우승을 놓쳤다. 패인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중요한 경기마다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고배를 마신 이유는 경험부족이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이라 중요한 경기의 부담감을 떨치지 못하고 위축되어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경험이기에 이를 밑거름으로, 선수들이 한층 더 성장해 내년에는 우승을 할 수 있는 좋은 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작년 최하위 팀이 단기간에 180도 달라지며 리그 준우승팀으로 성장했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지난 시즌에 얇은 선수층과 체계적인 훈련이 부족했던 탓에 올 시즌을 앞두고 이를 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으며, 준비된 팀과 선수 그리고 감독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싱가포르에서 선수 생활과 지도자 생활 모두를 경험했는데, S리그의 수준을 평가한다면?
한국 내셔널리그의 상위권 팀에는 못 미치고 중위권 팀들과 비슷한 것 같다.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축구를 함에 있어 축구 실력 외적으로 작용하는 요인들이 많기에, 이를 단순히 국내 리그와 견주어 비교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어떤 경기였나?
모든 경기가 소중하고 기억에 남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1라운드에서 리그 최강팀 SAF FC를 만나 3-2 역전승을 거둔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경기 결과를 현지 언론에서도 크게 다뤘었다.
-‘슈퍼 레즈’는 한국을 대표한다는 상징성이 있는 팀이라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이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지?
비록 싱가포르에서 축구를 하는 한국 선수들의 팀이지만, 그것보단 일단은 싱가포르 S리그의 클럽 중 하나라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싱가포르팀과 한국팀을 애써 나누어 구분 짓기보단 S리그 클럽의 하나로 좋은 실력과 결과로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팀이라는 이유로 싱가포르 현지에서 받는 견제나 텃세가 심한지?
경기 중 심판이 상대 선수가 고의적으로 반칙했음에도 불구하고 못 본 척하거나 중요한 경기 때마다 편파적인 판정으로 경기를 망친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런 것들을 모아 싱가포르 축구협회에 제출도 하고 싱가포르 심판위원장과도 수차례 대면했지만 항상 그때뿐이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렇게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곳 현지 축구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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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슈퍼 레즈의 코치로 부임했지만 얼마 후 말레이시아 클럽팀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다시 올해 돌아왔는데 그 이유는?
당시 홍인웅 구단주 겸 감독님으로부터 코치제의를 받고, 이를 수락해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었다. 가족 모두가 싱가포르에 함께 살고 있지만 구단의 재정문제로 월급을 전혀 받지 못했다. 집안의 가장으로써 책임감 때문에 감독님께 더 이상 함께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선수등록 기간과 싱가포르 주변국 등의 여권을 고려해 운동을 더 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에 있는 클럽을 찾았다.
그곳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휴가차 가족을 만나기 위해 싱가포르를 찾았고 슈퍼 레즈의 경기가 있어 경기장을 방문했다. 그날 지금의 찰리 윤 구단주님을 만나 싱가포르 명문구단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고 다시 팀에 합류하게 됐다.
-현재 팀의 메인 스폰서가 없어 재정적으로 어려울 텐데?
그것이 현재 팀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현재 싱가포르에 있는 외국인 클럽은 총 3팀이다. J리그 알비렉스 니이가타와 중국 슈퍼리그 다롄 스더의 위성팀 그리고 한국의 슈퍼 레즈 이렇게 있다. 그 중 두 팀은 자국 리그의 원구단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선수 수급과 재정을 지원받지만 슈퍼 레즈는 그렇지 못하다.
현 구단주님의 중소기업으로부터 재정적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팀을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구단주님이 백방으로 팀의 후원자를 찾아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슈퍼 레즈가 명문 구단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재정적인 뒷받침을 해줄 수 있는 안정적인 스폰서가 필요하다.
-슈퍼 레즈의 선수 영입은 어떻게 이뤄지나?
내가 직접 한국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확인 후에 데려온다. 아마추어 축구계에 있는 지인들로부터 추천을 받고 직접 만나서 선수 영입 등을 하고 있다. 한국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 한두 경기를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이 힘들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 맞춰 최선을 다하려 하고 있다.
-처음 감독으로 부임해서 힘든 점은?
솔직히 많이 힘들다. 특히, 외국이라 선수들을 컨트롤하기 위해 신경 써줘야 할 것들이 많다. 먹는 문제나 쉬는 문제 등 사소한 것 하나도 챙겨줘야 하고, 이를 신경 써주는 이가 없기에 직접 해줘야 한다.
한 예로 선수들 숙소의 에어컨이 고장 나도 선수들이 말이 통하지 않아 내가 직접 해결해줘야 한다. 전화해도 즉시 오는 게 아니라 예약 후 1주일이 지나서야 온다. 이런 문제들이 운동장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쉽지 않다. 선수들은 힘든 생활에 지쳐있고 나는 다음 경기를 분석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집중할 수 여건이 충분치 않다.
-싱가포르에서 선수로써, 감독으로써 제2의 축구인생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아직 성공은 아니다. 이제 시작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이런 노력이 밑거름이 되어 슈퍼 레즈가 싱가포르에서 진정한 명문구단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이다. 감독으로써 선수들을 잘 지도하고 상대편에 대한 효과적인 분석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100%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잘 준비시키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팬들에게 한마디 남겨달라
선수 생활을 할 때의 팬들이 여전히 응원해주고 직접 찾아와 격려해주기도 한다, 이에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지도자로서 더 많이 배워나가면서 오랜 선수생활을 한 것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에서 한국축구를 잘 접목시켜 수준 높은 축구를 하는 좋은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 지금 팀의 선수들이 싱가포르가 아니라 더 큰 무대에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팬들의 많은 성원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축구공화국│싱가포르=장호광 특파원] futbolatin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