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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K-리그, 가장 빛난 '열두 별'-박동혁편

인유사랑 2008. 12. 17. 08:10
숨가쁘게 달려왔던 2008년 K-리그가 끝났다. 25돌을 맞아 치러진 올 K-리그에서는 대전 시티즌의 김호 감독이 개인 통산 200승을 돌파했고, K-리그 출범 후 1만 호 골이 터지는 등 많은 기록으로 풍성했다. 그 가운데 지난 9일 열렸던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는 수원 삼성을 우승으로 이끈 차범근 감독을 비롯해, 각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 11명이 2008년 K-리그의 가장 빛난 별로 선정됐다.

이에 <축구공화국>에서는 2008년을 환하게 비춰준 그 12명의 이번 시즌을 정리하고 다음 시즌을 전망하는 ‘2008 K-리그, 가장 빛난 열두 별’을 <연말/특집 시리즈 1탄>으로 준비했다./편집자 주


◆축구공화국 <연말/특집 시리즈> 제1탄
▲2008 K-리그, 가장 빛난 열두 별-2편:박동혁(29, 울산 현대)


그는 분명 유망주였다. 차세대 한국 축구의 수비를 이끌 기대주였고, 홍명보의 뒤를 이어줄 희망이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당당한 주축 수비수로 활약할 당시만 하더라도 그는 한국 축구 수비 분야의 블루칩이었다.

그러나 이후 그는 기대만큼 올라오지 못했다. 프로에서의 활약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표팀에서 그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빠르게 줄어갔다. 홍명보 최진철 김태영이라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주축 수비수들의 은퇴 후, 박동혁은 김치곤 박용호 김진규 등 후배들에게도 밀리고 말았다.


‘대표급 수비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지금까지 박동혁의 위치를 가장 잘 타나 낼 수 있는 말은, 좋은 수비수 혹은 대표팀에 어울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수비수 정도다. 박동혁에 대한 평가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조금 더 냉정하게 평가하면 대표팀에는 어딘가 모르게 조금 부족한 수비수였다.

물론 이는 조금 억울한 부분이 있기는 하다. 굳이 홍명보나 김태영 등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박동혁의 윗세대에는 이민성 박충균 이상헌 등의 개성 강한 수비수들이 버티고 있었고, 바로 아래에는 조병국 박용호 김치곤 등이 쑥쑥 자라고 있었다. 박동혁과 비슷한 또래인 심재원과 박재홍 등이 그렇게 큰 빛을 보지 못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낀 세대’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았던 박동혁이다.

특별하게 뛰어난 무언가가 있지 않은 수비수였다는 점도 박동혁을 크게 빛나지 못하게 한 원인이었다. 박동혁은 뛰어난 카리스마가 있다거나 리더십이 있다거나 혹은 제공권에 강하다던가 대인방어가 좋다던가 하는 그만의 특장점이 없었던 선수였다. 이런 없는 특징적인 장점도 그가 고만고만한 수비수로 기억되게 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골을 잘 넣는 수비수’라는 수식어 하나 정도는 박동혁을 대변할 수 있겠지만, 수비수로서 갖추고 있는 특징이 없는 선수에게 가끔 골을 넣는다는 이유로 그 이상의 대우를 하기는 힘들다. 박동혁에 대한 현실적인 시선의 평가다.

특징 없는 선수에서, 그대로가 특징인 선수로의 진화

앞서 언급했듯이 박동혁은 특징 없다. 모자라진 않지만 크게 뛰어나지도 않은 선수고, 그럭저럭 수비 잘하는 수비수다. 딱히 두드러지지 않은 그의 경기력과 플레이 스타일은, 그의 비상을 가로막은 가장 큰 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박동혁은 지난 6년 동안 그 없는 특징 자체를 특징으로 바꾸며 조금씩 성장했다. 모든 부분에서 고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로의 진화다. 그리고 수비수의 가장 중요한 생명력인 꾸준함도 함께 보여줬다.

박동혁을 가리켜 특징이 없는 선수라고 했지만, 뒤집어서 말하며 약점을 지적하기도 힘든 선수이기도 하다. 딱히 제공권이 부족하지도 않고 1:1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선수도 아니다. 카리스마가 넘치진 않지만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고, 수비진을 잘 리드하진 못하지만 팀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주는 선수다. 자신의 없는 특징 그대로를 특징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지난 2002년 전북 현대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박동혁은 어느덧 프로 7년 차를 맞았다. 박동혁은 그 7년 동안 큰 부상 한 번 없이 꾸준히 활약했다. 데뷔 첫 해 21경기에 출장했던 박동혁은, 매년 20경기가 넘는 꾸준한 경기 출장을 기록하며 꾸준함을 보여줬다. 올 2008년에는 부상 병동이라는 울산의 수비를 온몸으로 지탱하며 고군분투했다. 지난 세월 동안 박동혁은 뚜렷한 약점이 없는 수비수 그리고 기복이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로 성장했다.

비로소 그 특징과 꾸준함을 인정받은 2008년

박동혁에게 2008년은 선수 생활을 시작한 후 가장 힘든 한해였을 것이다. 무엇보다 팀이 너무 많은 부상자에 시달려야 했다. 그 부상자들의 공백은 고스란히 남은 자의 몫이 됐고, 남은 자 가운데 경험이 풍부한 박동혁은 팀의 이곳저곳을 메우며 희생해야 했다.

그런 박동혁의 희생에 소속팀인 울산은 부상 병동이라는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정규리그에서 4위를 기록하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해 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39골이라는 비교적 저조한 득점 기록에도 불구하고 울산이 안정적으로 시즌을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26골밖에 내어주지 않은 수비진의 공로가 컸다. 그리고 그 수비진을 이끈 선수가 바로 박동혁이다.

박동혁의 2008년은 그런 꾸준함과 약점이 없는 수비수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딱히 뛰어난 뭔가를 말하기엔 여전히 부족한 선수지만, 딱히 부족한 뭔가 역시 말할 수 없는 수비수로 성장했음을 증명한 것이다.

아직 그에겐 이뤄야 할 목표가 남았다. 바로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그 없는 약점과 꾸준함을 인정받는 일이다. 아직 대표팀의 수비진은 견고하지 않다. 그 주인도 가려지지 않았다. 기복이 없고 약점이 없는 그에게도 분명 기회는 있다. 2009년에는 박동혁의 꾸준함과 안정적인 기량이 K-리그를 넘어 대표팀에까지 미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축구공화국ㅣ손병하 기자] bluekorea@footballrepub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