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경기였던 그리고 중요했던 첼시 FC와의 경기에서는 선발로 출장해 풀타임 소화, 그리고 1월에 열린 그 이전 경기들과 이후 경기들에서는 모조리 결장. 박지성(28,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최근 모습이다.
박지성이 오늘 새벽(21일, 한국 시각) 열렸던 '08/09 잉글랜드 칼링컵' 준결승 2차전에서도 결장했다. 첼시 FC와의 경기 이후 위건 애슬래틱과 볼턴 원더러스 경기에 이은 세 경기 연속 결장이다. 이런 박지성의 지금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지난 경기들에 대한 결장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박지성의 출장과 결장으로 인한 일희와 일비는 우리가 가장 많이 경험했던 것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다. 퍼거슨 감독은 언제나 우리의 예상을 비웃는 선수 운용을 해왔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는 그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지난 경기들도 마찬가지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을 사용했던 첼시 FC와의 경기에서나, 그를 사용하지 않았던 다른 경기들에서나 모두 이기고 있다. 딱히 그를 비난할 수도 없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박지성의 활약을 지켜봐야 한다는 대전제는 변함이 없다. 다만, 최근 결장이 잦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일희일비가 아닌 '왜'라는 원인에 대한 분석이고 그에 대한 해법 찾기다.
▲ 득점
첫 번째 따져봐야 할 것은 박지성의 득점력이다. 축구에서 득점력은 승패와 연관되는 부분이다. 박지성은 다른 많은 부분에서 가진 장점에도 불구하고 결정적으로 득점력이 떨어진다. 물론 그의 포지션이 미드필더고 골을 넣는 것 이외의 기여도가 크긴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좌우 측면 미드필더들의 득점력은 필수다.
이번 시즌 리그 5라운드에서 첼시 FC를 상대로 시즌 첫 골을 넣은 후 골이 없는 박지성은, 빈곤한 득점력으로 이겨야 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고 바라보는 것이 옳다.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며 이겨야 할 경기와 지지 말아야 할 경기 모두에 이름을 올렸지만, 1월 들어서는 지지 말아야 할 경기였던 첼시 FC와의 경기를 제외하면 출장 기록이 없다. 이겨야 할 경기들이었던 FA컵 64강 경기와 칼링컵 준결승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골이 부족한 박지성이 이겨야 할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것은, 11명을 구성해 골을 넣어야 하는 축구에서는 어쩜 당연한 선택일 수도 있다.
▲ 도움
그러나 정작 심각한 문제는 득점력이 아니다. 박지성이 이겨야 할 경기에도 나서는 확실한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눈에 띄게 줄어든 도움 때문이다. 이번 시즌 박지성은 적지 않은 경기에 출장했다. 충분하진 않았지만, 예년에 비해 크게 부족한 수준도 아니다.
이런 박지성에게 정말 부족한 부분은 한 골에 그친 득점도 득점이지만 전혀 없는 도움이다. 지난 세 시즌 동안 박지성은 감각적인 패스로 동료에게 도움도 곧잘 선사하는 선수였다. 시즌 평균 4~5개 정도의 도움을 꾸준히 기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박지성의 도움은 제로다.
이는 박지성이 예년에 비해 골 욕심을 많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동료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직접 해결하려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이 직접 해결하려는 의지가 골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두 가지 공격 포인트를 모두 잃고 말았다.
▲ 로테이션 시스템
이 두 가지 결정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박지성의 입지는 견고하다. 특히 퍼거슨 감독이 시행하고 있는 로테이션 시스템 안에서의 박지성은 가장 확실한 멤버다. 박지성만이 갖고 있는 효율적인 이타적 플레이와 많은 활동량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더 없이 소중한 보물이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하나다. 그 하나란 박지성은 그저 팀 로테이션 시스템에 만족하며 머물러야 하느냐는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거대한 클럽이기에 그 속에서 주어진 그 역할에만 만족하느냐다.
당연히 그럴 수 없다. 박지성은 아직 도전이 필요한 나이고 분명 그런 기량과 자질도 갖추고 있다. 머문다는 것은 곧 썩음을 의미한다. 흐르는 물이 고여있는 물보다 깨끗함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결국, 이겨내야 할 것은 로테이션 시스템을 깨고 주전으로 도약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골과 도움 등 공격포인트가 절실하다. 그렇지 못하면 지금 이대로를 만족해야 한다.
▲ 많이 남아있지 않은 기회
이번 주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토트넘 핫스퍼와 FA컵 32강 경기를 치른다. 빠듯한 일정 탓에 FA컵을 재경기로 끌고 가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서는 어느 경기 못지않게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다. 힘겹게 올라선 선두 자리를 지켜야 하는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와 24라운드도 마찬가지다.
이 경기들은 박지성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주일 간격으로 계속 경기를 치르는 일정상의 험난함도 그렇지만, 속출하고 있는 부상자로 더 이상 박지성이 벤치에서 쉴 수만은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
박지성은 이 세 경기에서 주어질 출장이 남은 시즌 자신의 입지를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세 번의 기회에서 박지성이 기록해야 할 것은, 골을 넣은 선수만큼의 높은 평점을 이끌어내는 일이 아니다. 비록 평점은 저조하더라도 골 혹은 도움 등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것이다. 결국에는 그런 기록들이 있어야 팀에서 자신의 입지를 바꿀 수 있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
축구는 골을 먹지 말아야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골을 넣어야 하는 스포츠다. 그런 특성상 골을 넣을 수 없는 선수는 어쨌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그 포지션이 골키퍼나 수비수가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골을 넣고 도움을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에서 벗어나 완벽한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 어차피 목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주전이다. 눈앞에 다다른 그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축구공화국ㅣ손병하 기자] bluekorea@footballrepub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