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영상 모음 :: '사우디전' 태그의 글 목록

19년 동안 이어지던 사우디전 무승 징크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렸던 감격스러운 승리를 기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더군다나 그 경기는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최종예선이었고, 징크스를 털어버림과 동시에 남아공 월드컵 가는 길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20일 열렸던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우디 축구대표팀을 2-0으로 격파했다. 10월 열렸던 UAE와의 2차전에 이은 연승으로, 한국은 B조 1위를 지켜내며 2008년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경기에서 한국은 전반과 후반 조금 다른 경기를 보여줬다. 전반 초반엔 사우디의 거센 초반 공격에 고전했고 전반 중반 이후엔 팽팽한 경기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오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은 후반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보이며 사우디를 공략했고 두 골이나 뽑아내 승리를 기록할 수 있었다.

사우디전에서 한국이 전반과 후반 조금 다른 경기력을 보인 이유와, 두 골을 뽑아내며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데이터로 분석해봤다.

◆ 데이터로 보는 축구 - 한국 축구대표팀
▲ 사우디전, 전반과 후반이 달랐던 이유



위 데이터는 전반과 후반 한국이 사우디를 상대로 기록한 슈팅과 크로스의 위치별 분포도와 횟수를 나타낸 것이다.

객관적인 기록만 봐도 전반과 후반 한국의 공격력은 달랐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모두 14차례의 슈팅과 17차례의 크로스를 시도했다. 전반엔 슈팅과 크로스가 각각 네 차례와 여섯 차례 그쳤지만, 후반엔 슈팅이 열 차례나 나왔고 크로스도 열한 차례 나왔다. 전반에 비해 두 배나 더 늘어난 셈이다.

이렇게 후반 한국이 거센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우디의 나예프 하자지가 후반 초반 퇴장당했기 때문이다. 하자지는 후반 13분 이운재와 1:1 경합 상황에서 넘어지다 시뮬레이션 액션 판정을 받아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고, 한국은 한 명이 부족한 사우디를 향해 맹공을 퍼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한 명 부족했다는 것이 한국이 승리를 거둔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한국은 한 명이 부족한 사우디의 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많은 공간을 메우며 체력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사우디는 후반 중반 이후 완전히 무너지게 됐던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이근호가 측면에서 활동하는 장면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날 경기에서 정성훈과 함께 투톱으로 활약한 이근호는, 전반엔 상대 진영 정면에서 일자 형태로 들어가는 공격 형태가 많았다. 대등한 숫자 싸움이 일어나고 있던 시점에서 나온 이런 공격은 상대의 수비에 의해 고립되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고 효과적인 공격으로 이어지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하자지의 퇴장 이후 이근호는 오른쪽 측면으로 많이 움직이면서 그렇지 않아도 숫자가 부족한 사우디의 수비 간격을 벌려놓기 시작했다. 전반 거의 없었던 오른쪽 측면에서의 크로스가 후반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도, 이청용이 아닌 이근호가 오른쪽으로 이동해 올린 크로스의 횟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근호가 오른쪽 측면을 흔들자 기회는 왼쪽에서 찾아왔다. 후반전 슈팅 관련 데이터를 보면 페널티박스 외곽에서 있었던 중거리 슈팅을 제외하곤,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일어난 슈팅은 대부분 왼쪽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근호가 오른쪽 측면을 흔들면서 반대편의 수비가 상대적으로 엷어졌기 때문이었다.

또, 한 명이 부족해 밀집수비를 펼치는 상대의 수비를 와해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중거리 슈팅도 사우디의 골문을 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하자지의 퇴장 이후 사우디는 수비적인 자세를 취하며 실점하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한국은 그런 사우디의 수비를 허물기 위해 적극적인 중거리 슈팅을 쏘아대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 한 개에 그쳤던 중거리 슈팅이 후반에만 여섯 차례 나왔다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우디와의 경기에서 두 골이나 넣으며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후반 13분 하자지의 퇴장이었다. 그러나 그 기회를 살려 승리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상대의 수적 한계를 잘 이용한 이근호의 측면 플레이와 밀집 수비를 격파하기 위한 적극적인 중거리 슈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사우디전 승리는 단순히 한 명의 퇴장으로 얻은 수적 우위에 의한 승리가 아니었다.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 약점을 효율적으로 공략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승리였다.

※자료-축구공화국 데이터 분석팀

[축구공화국 ㅣ 손병하 기자] bluekorea@footballrepub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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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의 이운재가 보여준 찰나의 판단력이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20일 새벽(한국시각) 리야드의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3차전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중요한 일전에서 한국이 2-0으로 승리했다. 이 날 경기에서 한국은 후반 31분 이근호의 선제골과 후반 45분 박주영의 쐐기골에 힘입어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최종예선 2연승을 챙겼다.

이 날 경기에서 한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승부처 중 하나는 바로 후반 12분 나이프 하자지의 시뮬레이션 액션에 의한 퇴장이었다. 상대에 완벽한 침투 패스를 허용해 맞이했던 실점 위기에서 노련하게 대처한 이운재의 침착함은 한국의 승리로 이어지는 밑거름이 되었다.


상당히 어려운 경기였다. 6만 명의 관중이 들어찬 킹 파드 스타디움의 분위기, 홈 팀의 이점을 등에 업고 거세게 밀어붙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맹공에 한국은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쳐야 했다. 전반 5분, 골문앞에서 이영표가 상대의 두 차례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는 등 한국은 수세에 몰렸다. 후반전에는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매서움을 과시하며 한국 수비진을 위협했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는 바로 수문장 이운재였다. 특히 후반 12분 나이프 하자지의 시뮬레이션 액션을 간파한 것은 왜 그가 K-리그 최고의 수문장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범석의 패스 미스를 가로챈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도 우테프가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하자지에게 정확한 패스를 시도했다. 순식간에 수비수간의 간격이 넓어지면서 하자지는 이운재와 맞서는 상황을 만들었다. 만약 하자지가 이 장면에서 골을 터뜨리거나 페널티킥을 유도했다면 후반전 초반 조금씩 분위기를 잡아가던 한국에 찬 물을 끼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운재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페널티킥을 유도하려는 하자지의 속 뜻을 간파한 것이다. 하자지는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인해 경고누적 퇴장을 당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수적 열세에 몰렸고, 이후 한국은 2골을 터뜨리며 19년만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나세르 알 조하르 감독은 경기후 이 판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운재는 이 장면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까지 언급하며 하자지가 시뮬레이션 액션을 고의적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이운재는 “페널티킥 상황을 주기 위해서는 해당 선수에게 반칙의 의도가 있었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라며 “시뮬레이션 액션은 반칙을 얻어내려고 고의적으로 한 행동이다. 당시 하자지가 볼을 옆으로 치는 것을 보고 ‘아 페널티킥을 얻어내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해 내밀던 발을 접었다.”라고 답했다. 또, “하자지가 볼을 옆으로 칠 때 페널티킥을 유도할 것이라는 것을 읽었다. 만약 그가 정말로 나를 제치려고 했다면 급속하게 스피드를 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즉, 자신의 경험으로 살펴볼 때 침착한 컨트롤없이 질풍같이 쇄도하던 하자지로서는 당시 페널티킥 유도 이외에는 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노련했던 이운재의 상황 대처에 허정무 감독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은 “정성룡, 김영광등 아직 경험이 모자란 골키퍼들이었다면 당시 상황에서 하자지를 덮쳤을 것”이라며 “역시 이운재는 노련하다. 상대의 움직임을 보고 태클하려다 발을 뺐다.”라고 이운재의 노련함에 감탄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운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관중이 쏘아대는 레이저와도 맞서는 등 무척 어려운 여건에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이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고 팀을 수호했다. 대표팀 복귀시점에서 그의 복귀가 한국 대표팀 골키퍼진의 세대교체를 후퇴시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날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의 보여준 활약은 이운재가 여전히 국내 최고의 실력자라는 것을 증명했다. 돌아온 수호신의 활약에 한국의 골문은 더욱 튼튼해진 모습이다.

[축구공화국ㅣ김태석 기자] ktsek77@footballrepub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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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여부를 떠나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팬들이 자신들의 축구에 자부심을 가지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지난 20일 새벽(한국시각) 리야드의 킹 파드 스타디움에서 벌어졌던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서 맞붙은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맞대결에서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팬들의 광적인 응원이 이어져 눈길을 모았다. 이 날 경기에서 한국이 2-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내 이들은 놀라운 열기를 뿜어내며 킹 파드 스타디움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어딜 가든 2-0, 광적인 사우디 축구팬들의 응원

경기 시작전만 하더라도 경기가 벌어질 리야드 시내의 분위기는 월드컵 최종예선전 분위기를 쉽사리 느끼지 못했다. 최종예선 B조에서 가장 강력한 본선 진출 후보로 꼽히는 두 팀간의 맞대결은 충분히 축구팬들의 관심을 끌만 한데도 리야드 시내에서는 경기에 관한 배너조차 보기 힘들었다. 리야드 국제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이번 경기에서 뛰지 못한 야세르 알 카타니가 출연한 한 광고판만을 보았을 뿐이다.

하지만, 특별한 홍보나 배너 없이도 이들은 한국과의 중요한 경기를 치른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한인 식당에서 중식을 해결한 기자단은 식당앞에서 이십대로 보이는 세 명의 현지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간단히 기념 촬영을 하자는 요구로 잠시 나눈 대화에서 이들은 자신있는 표정으로 ‘투-제로’를 외쳤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을 2-0으로 손쉽게 이긴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다.

이 세 명의 젊은 축구팬들이 표현한 자신감은 빙산의 일각이었다. 경기 두 시간 반을 앞두고 경기가 벌어지는 킹 파드 스타디움으로 이동하자 창문을 열고 사우디아라비아의 녹색 국기를 휘날리며 움직이는 차량의 행렬이 이어졌다. 단체로 버스로 이동하던 한국 기자단을 발견한 이들은 더욱 소리를 지르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승리를 기원했다.

말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사실을 잘 알아서인지 이들은 수신호로 자신들의 승리를 자신했다. 차량 창문밖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기를 들고 몸을 반쯤 내민 채 내세운 손가락 두 개와 주먹, 이번에도 그들은 2-0으로 한국에 승리한다는 뜻을 전했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야세르 알 카타니의 유니폼을 입은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팬들이 한국 기자단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이번 경기에서 자신 있다는 뜻을 전했다. 한국에서 찾아온 사람들이 신기했는지 이들은 악수를 하며 사진을 같이 찍어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역시 ‘두 골’을 자신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반응은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경기장에 입장한 한국 기자단은 미디어 컨퍼런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주섬주섬 노트북과 카메라를 집어든 한국 기자단들에게 킹 파드 스타디움의 관계자는 경기장 트랙을 통해 이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기자단은 관계자가 설명한 대로 킹 파드 스타디움의 트랙을 돌아 미디어 컨퍼런스로 향해야만 했다. 이를 지켜본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팬들이 가만있을 리가 없었다.

이미 경기 세 시간 전부터 경기장 한 편을 가득 메운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팬들은 경기장 한구석에서 한국 기자단 한 무리가 나타나자 친절히도 야유와 함께 머나먼 나라에서 찾아온 손님들을 접대했다. 분위기가 좋지 못한 것을 느낀 한국 기자단은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팬들에게 두 손을 들어 박수로 답했지만, 그들의 대답은 바람을 불어넣지 않은 막대 풍선 세례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팬들의 거친 행동은 경기 이후에도 구설수에 올랐다. 이운재는 경기장 곳곳에서 자신의 시야를 방해하기 위해 현지 축구팬들이 레이저를 쏘아댔다며, 페어플레이를 망각한 행동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했다.

사진도 찍고 악수도 하며 막대풍선 세례도 받았지만,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을 모두 품은 이들의 광적인 응원은 지켜보는 이로 하여금 깜짝 놀라게 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무조건 2-0 승리를 주장한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팬들 앞에서 되려 2-0 완승을 따낸 우리 대표 선수들이 경이로울 정도였다. 왜 중동 원정,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광적인 홈 분위기가 원정팀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는지를 알 수 있는 경기였다.

[축구공화국ㅣ김태석 기자] ktsek77@footballrepub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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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기쁘고 감격스럽다."

20일 새벽(한국 시각) 사우디 리야드에 위치한 킹 파하드 국립 경기장에서 펼쳐진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이근호가 선수가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경기 후 만난 이근호는 "너무 감격스럽다. 카타르와의 지난 경기에서는 부진했었지만, 그 경기는 몸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포커스를 이번 경기에 맞췄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만족스럽다."라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투톱으로 나선 정성훈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성훈이 형과는 몇 경기를 하지 않았다. 앞으로 좀 더 좋은 호흡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원정 경기라 부담이 많았을 것이란 질문에 이근호는 " 원정 경기고 모든 팀들이 쉽지 않아 조심스럽게 경기 풀었다. 전반 템포 조절 위주로 경기를 풀었는데 특별한 부담은 없었다. 전반엔 미드필더들의 패스가 없어서 조금 힘들었다."라고 대답했다.

19년 만의 무승 징크스를 깬 결승골이라고 말하자 "특별한 감정은 없다. 다만, 이전에 좋은 기회를 많이 놓쳤는데 만회할 수 있는 골을 넣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근호는 "국내에서 열린 대표팀 경기에서는 골을 많이 넣었지만 해외에서 열리는 경기에서는 부진했었다. 나는 아직 완성형 선수가 아닌 만큼 그런 부분들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대답했다.

[축구공화국ㅣ리야드(사우디)=김태석 기자] ktsek77@footballrepub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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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19년 만에 승리를 거뒀다. 물론, 경기는 많지 않았다. 19년간 치렀던 경기는 여섯 경기. 그러나 중요한 길목마다 발목을 잡혔기에 그 기간은 유난히도 길었다.

1989년 10월 25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1990 이탈리아월드컵 최종예선. 당시에도 한국은 꼭 2-0으로 승리를 거뒀었다. 22세의 어린 황보관과 21세의 황선홍이 연속골을 넣어 올린 값진 승리였다. 당시 한국은 최종예선에서 3승 2무로 무패 행진을 달리며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그로부터 19년이 흐른 2008년 11월 20일(한국 시각). 사우디 리야드 킹파하드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3차전에서 한국은 2-0 승리를 거뒀다. 사우디 원정에서는 1980년 친선경기에서 3-1로 이긴 후 무려 28년 만에 맛 본 승리였다.

이 날 선제골과 쐐기골을 넣은 동갑내기 두 선수는 19년 전의 황보관보다 겨우 한 살이 많았다. 23세 동갑내기 이근호(대구 FC)와 박주영(AS 모나코)이 그 주인공이었다. 최근 세 경기에서 네 골을 넣으며 최고의 골 감각을 자랑하던 이근호는 이 날도 결승골을 터뜨렸고, 박주영은 대표팀에서 5개월 만에 골을 넣는 데 성공했다.

두 선수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아쉽게도 올림픽 본선에서는 박주영이 1차전에서 한 골을 넣었을 뿐 두 선수의 슈팅은 아슬아슬 골대를 빗나가고 말았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이근호는 한층 성장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는 후반에만 두 골을 몰아넣었고, UAE와의 최종예선에서도 두 골을 넣으며 4-1 승리를 이끌었다.

박주영도 그간의 부진을 털고 일어났다. 후반 45분, 아크 왼쪽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자신의 A매치 10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올해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에서 넣은 골만으로도 6번째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떨쳐버리기에 충분한 골이었다.

이근호와 박주영은 23살 동갑내기라는 점 말고도 많은 공통점이 있다. 공격수로서 꼭 필요한 빠른 발과 감각적인 드리블 능력, 정확한 슈팅을 겸비하고 있으며 고공능력에서도 뒤지지 않는 근성을 갖췄다. K-리그 데뷔해도 2005년으로 같고 박주영은 경기당 0.36골(통산 33골), 이근호는 0.34골(통산 23골)을 넣었다. 두 선수 모두 A매치 데뷔전에서 골을 넣은 점도 같다.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표팀의 연령은 점점 더 젊어지고 있다. 현 대표팀의 평균 연령은 2006 독일월드컵 당시 26세, 2007 아시안컵 25.52세보다 더 젊은 25.28세다. 이운재가 합류하지 않았던 지난 UAE와의 최종예선전 소집 당시에는 이보다 더 어린 24.86세를 기록했다.

젊은 선수 발굴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는 허정무 감독이 이처럼 대표팀 세대교체를 단행하며 이청용, 기성용 등 어린 선수들을 국가대표팀의 기둥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활약한 대표팀은 사우디를 꺾으며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B조에서 단독 선두(승점 7점)에 올랐다.

이제 남은 고비는 하나다. 내년 2월 11일로 예정되어있는 이란 원정 경기. 이 고비만 넘으면 북한,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를 홈으로 불러들여 안방에서 여유있게 상대할 수 있다. 만약 이란 원정에서마저 승리를 거둔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7부 능선을 넘게 된다.

남은 시간은 3개월. 그동안 허정무 감독은 어떤 선수를 발굴해 대표팀을 얼마나 더 젊게 만들 수 있을지. 발걸음이 가벼워진 대표팀의 앞날이 자못 궁금해진다.

[축구공화국ㅣ홍재의 기자] hong4137@footballrepubli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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