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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9 '맨손의 기적' 싱가포르의 한인 축구팀 ‘슈퍼 레즈’


2007년 창단해 싱가포르 'S리그'의 12번째 팀으로 참가한 한국인 축구팀 슈퍼 레즈 FC가 창단 2년 만에 S리그 준우승의 쾌거를 일궈냈다. 이는 지난해 최하위 팀이 열악한 환경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1년 만에 리그컵 준우승과 리그 준우승을 달성한 강팀으로 변모한 사례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구단주 예하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전원이 한국인으로 구성된 싱가포르 프로축구팀 슈퍼 레즈 FC(이하 슈퍼 레즈)는 지난해 창단과 동시에 의욕적으로 싱가포르 S리그에 참가하지만 그들의 리그 첫 해 신고식은 너무도 가혹했다. 3승 9무 21패 승점 18점으로 성적은 리그 최하위. 그뿐만 아니라 싱가포르 최초의 한국인 축구팀 창단 주역이던 홍인웅 감독마저도 성적부진과 팀의 재정문제 등을 이유로 중도에 하차했다.

프로경험이 전혀 없는 젊은 아마추어 선수들로 구성된 탓에 경험은 부족했고, ‘왜 싱가포르까지 와서 축구를 하냐?’는 타 구단 현지 선수들의 비아냥거림을 듣기 일쑤였다. 그리고 자국팀에 유리한 심판의 편파판정과 무덥고 습한 날씨까지 경기 외적인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그들의 타국에서의 첫 프로리그 적응기는 아쉬움과 설움으로 얼룩졌다.

2008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해 꼴찌였던 '슈퍼 레즈'를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시즌 후반 싱가포르 현지의 한국인 기업가 찰리 윤(Charlie Yoon) 현 구단주가 팀을 인수하고, 과거 슈퍼 레즈 창단에 기여했던 전경준 감독을 새롭게 팀의 사령탑으로 영입하며 팀은 서서히 안정을 찾아갔다.

홈 개막전에서 S리그 최고 명문구단으로 손꼽히는 SAF FC(Singapore Armed Forces FC)에 3-2로 역전승하며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이후 리그 개막과 동시에 6연승으로 리그 선두에 등극하자 시즌 초 슈퍼 레즈의 선전을 잠깐의 돌풍이라 생각했던, 현지 언론들도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그들을 재조명하기 시작했다. 꼴찌팀이라 무시하던 상대 선수들의 태도도 이후 몰라보게 달라졌다.


또한, 싱가포르 현지 팬들이 늘어나며 경기장 관중석이 하나둘씩 채워졌다. 아무런 연고도 없던 싱가포르 북부의 한적한 마을 이순(Yisihun) 지역을 연고로 하는 그들은 경기력 하나만으로 팬들을 모아나갔고, 팬들 역시도 슈퍼 레즈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베리 굿(Very Good)'을 연호했다.

싱가포르 자국의 우수한 선수들로 구성된 SAF FC와 Home United FC가 양 강 체제를 구축하며 선두권 팀과 중하위권 팀 간 격차가 큰 싱가포르 리그의 특성상 올 시즌 슈퍼 레즈의 목표는 리그 3위였다. 그러나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슈퍼 레즈는 선전을 거듭했고, 매 경기 결과에 따라 1996년 S리그 출범 이후 7회 우승의 리그 최고 명문팀 SAF FC와 엎치락뒤치락 리그 선두 싸움을 이어가며 우승까지도 넘볼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지난 11월 5일 리그 단 3경기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리그 우승의 향방이 가려질 수 있는 SAF FC와의 홈 맞대결에서 0-3으로 완패를 당해, 슈퍼 레즈의 싱가포르 리그 제패의 꿈은 좌절되었다. 지난 리그 컵 결승에서도 Gombak United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친 그들에게 더 이상의 승운은 따르지 않았다.


슈퍼 레즈는11월 17일 홈구장인 이순 스타디움(Yishiun Stadium)에서 벌어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준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 속에 리그 4위 팀 Tampines Rovers FC에 3-1 역전승을 거두며, 마침내 리그 준우승을 달성했다. 이는 13년 싱가포르 S리그 역사상 외국인 팀이 거둔 최고의 성적으로 그들이 S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비록 리그 1,2위팀에게 주어지는 AFC 컵 대회 출전권은 외국인 팀의 참가를 불허하는 리그 규정상 획득하지 못했지만, 메인스폰서가 없는 S리그의 유일한 구단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 선수단 전원이 온몸으로 땀 흘리고, 부딪히며 일구어낸 결과이기에 그 가치는 충분했다.

선수단은 준우승 메달을 목에 걸며 그동안의 고생과 설움을 맘껏 떨쳐내지만, 슈퍼레즈는 또 다시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팀이다. 찰리 윤 구단주가 운영하는 중소 반도체 회사의 지원으로 근근이 버텨 나가고 있지만, 안정적인 스폰서가 없어 재정적으로 힘든 상황 속에 구단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역시도 훈련과 경기에만 집중하기 힘든 것도 그 이유이다.

도시국가의 특성과 한계로 외국인들의 자국 리그 진출을 개방하고 있는 S리그는 그동안 중국, 호주 그리고 아프리카 등 각 지역민들로 구성된 여러 클럽이 창단과 해체를 거듭해 왔다. 지금은 일본 J리그의 위성클럽인 니이가타 알비렉스 싱가포르, 중국 슈퍼리그의 다롄 스더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의 슈퍼 레즈 이렇게 극동 3국의 팀만이 남은 상황이다.

다른 두 팀이 자국 리그 팀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선수수급과 재정지원을 받는 반면, 슈퍼 레즈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은 더욱 단단히 축구화 끈을 조여 맨다. 외국인 팀으로 유례없는 성적을 거둔 한 해지만, 준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우승을 넘어 진정한 싱가포르 S리그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다.

*사진출처 : SUPER REDS FC FANS (cafe.daum.net/SRFC)
Posted by 인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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