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영상 모음 :: 박지성, 주전 도약의 가능성을 쐈다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현재 세 부류의 선수들이 있다. 하나는 거의 모든 경기에 투입되는 주전 선수들이고 다른 하나는 주로 이겨야 할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지지 말아야 할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들이다.

이는 비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만이 시행하고 있는 정책은 아니다. 한 시즌 여러 대회에 참여하며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는 빅 클럽들은, 경기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따라 두꺼운 팀 스쿼드를 최대한 활용하며 1년을 보낸다.

이런 평범한 일들에 유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만 시선이 많이 가는 이유는, 그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인 박지성(27) 때문이다.

현재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주전이 아니다. 지금 박지성에게 주어진 임무는 팀이 이겨야 할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가 아닌 지지 말아야 할 경기에 투입되는 선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거대한 클럽에서 그런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대단하다. 그러나 주전으로 도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3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살아남았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에 성공했다면, 다음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당연히 주전 선수로의 도약이다.

그런 박지성이 지난 8일 열렸던 아스날 FC와의 리그 경기와 11일(이상 한국 시각) 열린 QPR과의 칼링 컵 경기에서 주전 도약을 위한 가능성을 쏘아 올렸다. '에브리데이 플레이어(야구에서 주전을 의미하는 표현)'가 되기 위한 마지막 고비였던 공격적인 부분에서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 데이터로 읽는 축구 - 박지성
▲ 박지성, 주전 도약의 가능성을 쐈다 [1]



위 데이터는 박지성이 지난 주말과 주중 치렀던 두 경기에서 보여준 전체적인 경기력을 기록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스날전에서 박지성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 이후 나타났던 '지지 말아야 할 경기'에 투입되는 패턴을 증명하며 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주중 열린 QPR과의 경기는 약팀과의 경기고 이겨야 할 경기지만, 퍼거슨 감독은 대부분의 주축 선수들을 제외한 채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에서는 '이겨야 할 경기'에 자주 투입되는 나니와 테베즈 그리고 안데르손 등이 나섰다. 이겨야 할 이 경기에 박지성이 투입되었던 이유는, 상대가 약체여서 주전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아스날전에서 박지성이 너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두 차례 경기에서 박지성이 주전 도약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박지성의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그의 공격적 능력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모두 42차례의 볼 터치를 기록했고, QPR과의 경기에서는 무려 72차례의 볼터치를 기록했다. 아스날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42차례의 볼터치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QPR과의 경기에서 나타난 전체적인 경기 기록이다.

그 경기에서 박지성은 이번 시즌 자신이 출전했던 경기들에서 기록했던 전체적인 기록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기록들을 양산했다.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두 차례의 그쳤던 슈팅은 네 차례 시도했고, 크로스와 드리블도 각각 두 배 이상 늘었다(평균표 참조).

상대가 약체였고 어린 선수들이 대거 경기에 나서긴 했지만, 그 경기에서 나니와 안데르손 그리고 테베즈 등 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선수와 함께 팀 공격을 이끌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 이전 박지성의 경기와는 달라진 기록이다.


쉬운 비교를 위해 첼시와 격돌했던 지난 5라운드 경기에서 나타난 박지성의 데이터를 살펴보자. 그 경기에서 박지성은 패스와 슈팅 등을 포함해 모두 28차례의 볼 터치를 기록했다. 풀타임을 소화하지 않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박지성이 직접적으로 볼에 관여하는 횟수 자체가 적었다.

리바운드 슈팅에 의한 득점이 있긴 했지만 박지성의 공격적 능력을 살펴볼 수 있는 슈팅과 크로스 그리고 드리블 등의 횟수는 적었다. 특히 크로스는 한 차례 드리블은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아, 박지성은 대부분의 시간은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는 것에 할애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아스날과의 경기에서는 전체적인 볼터치 횟수가 늘었고 드리블과 크로스에서도 늘어난 수치를 보이고 있다. QPR과의 경기에서는 거의 모든 기록들이 첼시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는 박지성이 앞으로 '이겨야 할 경기'에서도 중용되며 나아가 거의 모든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주전으로의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박지성이 지금까지 확실한 주전으로 분류될 수 없었던 이유가 그의 공격적 능력 때문이었지만, 최근 치른 두 경기 특히 QPR과의 경기에서는 그의 공격적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물론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만약 그 경기에서도 루니와 베르바토프 그리고 C.호날두 등이 나왔다면 박지성의 경기 기록은 훨씬 저하될 수도 있었다. 또, 너무 낮은 크로스 성공률은 주전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런 현실적인 부분에서의 인정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것은 박지성이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너무나 이타적인 박지성이 조금 더 이기적으로 변해 자신의 공격적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부분이다.

※자료-축구공화국 데이터 분석팀

[축구공화국 ㅣ 손병하 기자] bluekorea@footballrepublic.co.kr

Posted by 인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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