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영상 모음 :: [스포탈인터뷰] 김시석 코치, “선진 축구 품에 안고 인천맨으로 돌아갑니다”…①

[스포탈인터뷰] 김시석 코치, “선진 축구 품에 안고 인천맨으로 돌아갑니다”…①

[스포탈코리아] 지난 2월, 스코틀랜드 최고의 명문 셀틱에 동양인 한 명이 가방을 메고 찾아왔다. " 한국의 인천에서 왔습니다. 연락은 받으셨지요? 앞으로 1년 간 셀틱의 모든 것을 배우겠습니다 " 짧은 영어였지만, 당당함이 묻어나는 그의 말과 눈빛에 셀틱의 고든 스트라칸 감독은 " 잘 왔습니다. 외부인에게 이런 기회를 준 것은 120년 만에 처음입니다. 많이 배워서 한국으로 당당하게 돌아가십시오 " 라는 말로 악수를 청했다.

" 해외 축구팀의 선진 기술을 최대한 많이 한국으로 가져오라 " 는 안상수 인천시장인천 유나이티드(이하 인천) 안종복 사장의 '특명'을 하달받고 지난 2월 셀틱의 가족이 되어 오는 24일 한국으로 돌아가는 인천의 김시석 수석코치(46)의 이야기다.

선수생활은 결코 화려하지 않았지만,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이천수, 김정우, 박용호 등 '실력 좋은' 선수들을 발굴했다. 각급 팀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2003년부터 인천의 수석 코치로 성인팀을 지도했고, 지난 2월, 사랑하는 가족과 동료들을 떠나 스코틀랜드로 향했다.

단 한 차례도 해외에서 장기간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안상수 시장과 안종복 사장의 특명을 가슴에 새긴 그는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것, 알고 있던 것들을 모두 버리고 작은 것 하나 하나를 새롭게 배운다고 생각하자'고 각오를 다졌다.

1년 동안 피나는 노력으로 '동양에서 온 이방인'의 벽을 넘어 '셀틱의 일원'으로 자리잡은 인천 김시석 수석 코치. 한국 지도자로는 드물게 유럽 선진 클럽의 심장부에 1년간 침투(?)하여 배운 것들을 가지고 오는 24일 자신의 소속팀인 인천으로 돌아간다. 장도를 마치는 그와 셀틱의 클럽 하우스에서 마주 앉았다.

-스코틀랜드 최고의 명문에서 1년간 배운다는 건 큰 기회였다. 하지만 선뜻 결정 내리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 한국을 떠날 때에는 언어, 문화, 기후 등 모든 것이 다른 이 곳에서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맨땅에 헤딩을 한다고 할까? 두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처음에는 내가 이곳 사람들의 눈에 동양에서 온 이방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실제로 힘들기도 했다.

-한국에서 많은 지도자들이 장단기 해외 연수를 떠난다. 해외 리그를 직접 보면서 느끼고, 또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실제로 한 팀의 스태프로 합류해서 모든 것, 작은 것 하나 하나를 볼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 기회가 아니다.

인천과 셀틱 구단이 우연한 기회로 인연이 닿게 되었다. 사실 많은 이들이 해외 연수를 떠나왔지만 구단에 직접 들어와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경우는 결코 많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하늘이 준 기회라고나 할까? 인천시가 처음 인연이 되어 구단이 셀틱과 협의를 하게 되었다. 쉽지 않은 협의 끝에 지도자 연수라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그 모든 과정이 결코 쉽게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안종복 사장님과 안상수 시장님이 도움을 주셨다. 외국 생활을 처음 하다 보니 많은 것들이 힘들었고, 벽에 부딪힌 것도 있었다. 하지만 셀틱 스태프들이 도와주고, 또 인천에서 직접 전화를 해 주거나 메일을 보내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 지도자 한 명의 연수가 아니라 인천, 한국 지도자를 대표해서 이곳에 왔다고 생각했다.

-가장 기본적인 언어의 장벽이 있었을 것이고,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모든 삶을 혼자 한다는 점. 빨래, 청소, 요리 등 모든 작은 문제들을 직접 해결해야 하는 부분에서 어려웠을 것 같은데?

처음 글래스고 공항에 도착했는데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듣던 대로 날씨가 안좋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다음 날도 그랬고, 또 그 다음 날도 비가 왔다. 이곳의 날씨는 신기하게 사람을 우울하게 한다. 처음 와서 집을 구할 때 가지 호텔에서 지낼 수 밖에 없었는데, 큰 돈은 아니었지만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유스호스텔에 들어갔는데, 보일러도 안들어오고… 시설도 완전이 꽝이었다. 두툼한 오리털 점퍼에 내복을 껴 입고 자도 머리가 시려서 잘 수가 없었다. 또 정착 단계였기 때문에 내가 밥을 해 먹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끼니는 끼니대로 맨날 샌드위치에 감자튀김만 지겹게 먹었다. 겨우 집을 구해서 정착을 할 수 있었다. 집에서 가족들, 구단에서 다른 직원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앉기만 했는데,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느꼈다.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이 빠른 나이가 아니기에 두려움이 있었다. 처음 와서 며칠 동안은 우울증이 생길 것 같았다. 오후 3, 4시만 되면 사방이 어두워지고, 처음에는 아무 것도 할 것이 없었다. '내가 여기 왜 이 고생을 하러 왔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참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보이지 않는 응원과 나를 이곳까지 보내준 구단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들을 결코 실망시키면 안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셀틱이라는 팀이 축구를 좋아하고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잘 알려진 팀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팀이기도 하다. 얼마나 알고 있었나?

훌륭한 팀이라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스코틀랜드 최고의 팀이고 상위권에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주 유명하고 명문이라고 불리는 팀들에 대해 아는 것 만큼 잘 알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있을 당시에는 팀 성적에 신경을 쓰다 보니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넓게 보지 못했던 것 같다. 항상 기회를 갖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구단에서 이런 제의를 했을 때 나는 너무나 흔쾌히 받아들였다. 솔직히 자세히는 모르는 팀이었지만, 오직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왔다.

-처음 접한 셀틱에 대한 느낌은 어땠나?

클럽하우스에 와 보고 상당히 놀랬다. 아무것도 없는 산 속에 최고의 시설과 갖추어져 있고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게 각종 전문 스태프들이 모여서 항시 대기하고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온갖 과학적 장비들… 한국의 클럽과 비교하면 구멍가게와 대형 마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인천 구단 시설, 장비담당자에게 와서 한 번 와서 꼭 보고 가야 한다고 전화를 걸어 재촉을 하기도 했다.(웃음) 경기장 역시 최고의 시설이었다. 훈련을 할 수 있는 장비들이 너무나 잘 되어 있어 선수나 지도자가 축구 외에 다른 것들에 대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이 기본적으로 마련이 되었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이곳에 와서 초기에는 상당히 힘들었을 것 같다. 셀틱 스태프들이 처음부터 우호적인 자세는 아니었을것 같다.

이방인에 대한 편견이나 시각들…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그 인식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거리가 조금 있었고, 초반에는 힘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내가 먼저 몸으로 움직였다. 같이 훈련 장비 이동이나 기타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배운다는 자세로 함께 했다. 비가 오는 날에도 항상 함께 했다. 그러다보니 친근감이 많이 생겼다. 다시 말하지만 처음에는 정말 말로 설명을 못 할 정도로 힘들었다. 삶 자체도 생소한데, 인간관계까지 생소하다 보니 힘들었다.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다른 점도 있겠지만,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서자 셀틱 사람들도 마음을 열었다.

훈련장에서 역시 처음에는 많은 제한이 있었다. 담당자를 찾아가서 " 셀틱이 명문 클럽이고, 선진 축구를 하는 팀이다. 내가 인천으로 돌아가서 선수들과 코치들이 함께 셀틱의 훈련 비디오 영상을 보고 공부를 하고 싶다. 다른 곳에 쓰지 않을 것이니 걱정을 하지 마라. 한국 축구 발전과 인천 축구 발전을 위해서만 쓸 것이다 " 라고 설득을 했다. 처음에는 허락을 하지 않았지만, 2~3일 이후 허락을 했다. 그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비디오를 가지고 모든 장면을 찍었다. 매일 훈련 장면을 비디오로 녹화하고, 집에 돌아가서는 그 장면들을 보고 분석하고, 정리하면서 일상을 보냈다.

처음 선수단과 인사를 하고 얼마나 있을 것이냐고 묻길래 1년 동안 있을 것이라고 하니까 다들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악수를 하고, 인사를 하고 팀 훈련에 참가했는데, 스트라칸 감독이 직접 인사를 시켜줬지만 다들 경계심을 가지고 나를 봤다. 벽을 허물기 위해 일부러 더 친한척하고, 더 궂은 일들을 찾아서 했다

이들도 나의 노력을 알고, 유소년 팀에서부터 성인팀까지 어떤 프로그램으로 훈련을 실시하는지, 심지어 어떤 훈련, 어떤 경기에는 무엇을 먹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자료까지 쉽게 넘겨주었다. 내가 밉게 보이지는 않았나보다.(웃음)

②편에서 계속됩니다.

인터뷰, 글 < 글래스고(스코틀랜드)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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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인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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