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준비에 한창인 지금, 각 팀들은 선수들과의 연봉 재계약 협상으로 인해 물밑에서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광주 상무를 제외한 나머지 14개 구단은 선수층 구성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 선수들과의 협상에 임하고 있고, 선수들도 에이전트를 통해 활약 여부에 따라 지난 시즌보다는 좀 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동계 훈련에 임하고 있는 각 팀의 내부에서는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본격적인 동계 훈련에 들어간 지금, 양측의 협상을 살펴보면 대체로 구단 측이 선수 측보다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왜 그럴까? ![]() 직접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서 확인하라 FA 선수들은 지난해 12월 31일로 원 소속팀과의 우선협상기간이 끝났다. 원소속팀과의 협상 기간이 끝난 만큼 원소속팀과의 재계약 협상은 물론 이제 자유롭게 다른 팀과의 접촉을 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시기다. 프로 선수로서 좀 더 대우를 잘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에이전트를 통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구단측 분위기는 그다지 서두르지 않는 느낌이다. 대부분의 클럽이 대동소이하다. 동계훈련이 시작되고 해외전지훈련을 떠나게 될 이 시점에서 선수단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다소 우려스러울 법한데도 느긋하게 추이를 살피고 있다. 또, 예전이었다면 우선협상기간에 다른 팀과의 접촉에 나선 선수들을 보면 길길이 날뛰었을 텐데 그런 점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우선협상기간이 지난 지금도 재계약을 서둘러야겠다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선수들의 행보에 비해 구단측 분위기가 이토록 느긋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 한파로 인해 대부분의 클럽은 우승 여부와는 별개로 지난 시즌에 비해 적게는 15%, 많게는 25% 정도의 시즌 예산이 삭감되었다. 시즌 예산에 60~70% 이상을 차지하는 선수 연봉의 비중을 감안할 때, 줄어든 예산으로는 좀 더 좋은 대우를 바라는 선수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몇몇 클럽들은 오히려 역발상을 하게 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다. 전남 드래곤즈의 박항서 감독은 소속팀과의 재계약에 실패한 선수들을 두고 “직접 시장에 나가 자신의 가치를 알아보았으면 한다.”라고 평가했다. 지나치게 고평가된 선수 몸값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니, 선수가 직접 발로 뛰며 자신이 원하는 수준을 제시할 수 있는 팀이 있는지를 알아보라는 뜻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돌아와 현실적인 수준에서의 연봉 협상을 한다면 재고해보겠지만,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구단 입장에서도 무리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은 비단 전남뿐만 아니라 나머지 팀들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시즌 K-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수원은 코칭 스태프, 선수들의 대부분이 동결, 삭감된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년 만에 우승을 일궈낸 차범근 감독 역시 우승 보너스는 커녕 자진 삭감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 했다. 수원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둔 팀들의 분위기는 더 이상의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다. 그래도 좋은 대우를 받겠다는 뜻을 품고 있는 선수가 있을 경우, 구단 측은 느긋하게 기다리겠다는 반응이다. 지난 시즌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모 팀의 한 관계자는 “신인급 선수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수가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불구하고 연봉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들어줄 형편이 안된다.”라면서도 “느긋하게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했다. 즉, 어차피 시간은 구단의 편이라는 주장이다. 오는 2월 말까지 선수들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선수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K-리그에 뛸 수 없음을 지적하며, 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구단 측의 요구를 수락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이래저래 물밑에서 선수와 구단간의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축구공화국ㅣ김태석 기자] ktsek77@footballrepublic.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