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발목 외측 인대 '완전' 파열. 같은 부위 내측 인대 '부분' 파열.
정확한 재활 기간을 진단하기 힘들 정도의 부상이다. 일단 깁스를 하고 추이를 지켜봐야 대략적인 복귀 시점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23일 탄천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 일화와의 6강 플레이오프 경기 후반에 교체 출전했던 김형범의 지금이다.
당장 이번 주 수요일 열리는 울산 현대와의 준플레이오프 경기는 물론이고, 팀이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한다 해도 김형범은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이번 시즌 팀이 치러야 할 경기는 아직 남아 있지만, 이번 시즌 김형범이 치를 수 있는 경기는 이제 없다.
본인만이 짐작할 수 있었을 큰 부상. 경기 후 환호하며 기뻐하던 동료 사이에서 벤치에 앉아 서럽게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이렇게 큰 부상이었음을 직감해서였을까? 김형범에게 다시 고통이 찾아왔다.
'신은 이겨낼 수 있는 고통만 주신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괴롭히던 지난 7월이었다. 창원에서 만난 김형범은 부상에서 복귀해 조금씩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김형범은 너무 오래 쉬었다며, 이제는 부상 없이 마음껏 뛰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3월 수원 삼성과의 경기에서 왼쪽 다리에 부상을 당했어요. 당시 7월까지 부상 회복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왼쪽 다리 뒷근육이 또 파열되면서 부상이 더 길어졌어요. 더 이상 시즌을 소화할 수 없게 됐죠. 그래서 재활에만 몰두했고, 올 초 동계 훈련에서 저는 팀의 전술 훈련이나 체력 훈련에 동참하기보다는 재활에만 매달렸어요. 그렇게 근 10개월을 넘게 그냥 흘려보냈네요.”
당시 인터뷰에서 들었던 김형범의 말이다. 그가 열거한 부상만큼 정말 긴 시간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고 팀에 복귀하니 너무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AFC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할 당시인 2006년에 비해서는 특히 더 그랬다. 거의 모든 선수들이 바뀌었고 가장 절친했던 염기훈은 울산으로 떠나고 없었다.
부상으로 인한 긴 재활 그리고 극복해야 하는 경기와 팀에 대한 적응. 김형범의 지난여름은 그렇게 쉽지 않은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했던가? 아픈 나날들을 이겨내자 밝은 봄이 찾아왔다. 이후 김형범의 맹활약에 힘입은 전북은 극적인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그토록 꿈꾸던 대표팀에도 뽑혔다. 절친한 동료인 염기훈과 함께 좌-우라인을 만들어보고 싶다던 그의 꿈이 첫 걸음을 뗀 것이다.
그러나 다시 부상이 찾아왔다. 누구도 원망할 수 없다. 성남 장학영과의 몸싸움 도중 일어난 일이지만, 근본적 원인은 깊숙이 파인 잔디 때문이었다. 전북이 6년 만에 참여한 가을 잔치, 김형범 스스로는 생애 첫 가을 잔치에서 얻은 부상이라 더 아프다. 팀이 이겼지만 함께 기뻐할 수 없었던 이유다.
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밝게 빛나는 태양을 봤다. 그러나 그 태양의 따스함을 느끼기도 잠시, 다시 어둡고 긴 터널로 들어서여 하는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그 어떤 말로도 김형범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긴 힘들다.
억울하고 원망스럽고 모든 것들에 화가 나겠지만 이겨내야 한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신은 우리가 이겨낼 수 있는 고통만 주신다고 했다. 가혹하겠지만, 김형범이 자신에게 찾아온 이 고통을 다시 한 번 이겨내고 그라운드에 우뚝 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축구공화국ㅣ손병하 기자] bluekorea@footballrepubl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