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영상 모음 :: K-리그를 노려보는 '괴물'의 시선, 김영후

지난 16일 저녁 울산 미포조선의 내셔널리그 2연패가 확정된 이후 김영후의 표정은 시원섭섭한 모습이었다.

3년간 내셔널리그에서 활약하면서 뛰어난 득점력으로 축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던 김영후의 시선은 K-리그로 향해 있고, 도약의 디딤돌 역할을 해주던 내셔널리그와 울산 미포조선과의 이별이 다가오면서 미묘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올 시즌 31골 10도움이라는 놀라운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에서의 생활을 마감한 김영후는 우승의 기쁨과 함께 K-리그를 향한 설렘에 사로잡혀 있었다. ‘괴물’이라는 그의 별명에 걸맞은 대단한 활약을 펼쳐서인지, 김영후라는 이름 석 자는 2009시즌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3년 전 숭실대학교를 졸업하고 K-리그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셨던 과거를 생각한다면, 김영후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진 셈이다.


더 높은 곳을 향한 김영후의 꿈, 이제 곧 이뤄진다

“언론에서 제 기사를 많이 써주셔서인지는 몰라도 팬들이 큰 기대를 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볼 때는 아직까지는 그렇게 충족할만한 실력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의 목표는 팬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게끔 열심히 하는 것이에요. 어느 팀에 가든지 좋은 기회가 주어지면 경쟁하고 싶고 경기에 나가고 싶은 게 목표입니다.”

‘대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09시즌 K-리그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는 김영후는 주위의 기대에 다소 부담감을 느끼는 듯했다.

사실 대학 졸업 후 K-리그 드래프트를 신청했다가 선발되지 못해 내셔널리그로 발걸음을 옮겨야 했던 과거 때문에 드래프트에 다시 신청하는 것마저도 꺼렸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도 뽑히지 못하면 무너질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축구 선수로서 꼭 도전해보고 싶은 목표였기에 어렵사리 드래프트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있는 모습이다. 3년 전, 어느 팀에서도 김영후를 주목하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 내셔널리그를 발판으로 맹활약을 펼치면서, 김영후는 곧 내셔널리그 최고의 골잡이라는 공식까지 만들어냈다. 1경기 7골, 비록 내셔널리그라고는 하지만 도무지 믿기지 않는 그의 득점력은 한 때 대표팀 발탁이 거론되는 센세이션까지 일으켰다. 지금은 모든 팀들이 김영후를 주목하고 있다.

더구나 은사 최순호 감독이 강원 FC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의 K-리그 데뷔는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최순호 감독은 울산 미포조선의 주력 선수 4~5명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고, 김영후는 그 주력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최순호 감독님께서 강원 FC로 가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지난 3년간 감독님과 함께 해왔고 전술도 잘 이해하고 있어요. 만약 강원에 가게 된다면 더욱더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신생팀 강원이 우선지명권을 소유하고 있고, 최순호 감독이 강원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만큼 김영후 역시 강원 FC에서의 새로운 출발에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아직 드래프트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김영후의 머릿속은 온통 2009시즌 K-리그로 가득 차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뛰어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여전히 그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몇몇 K-리그 감독과 코치들은 내셔널리그 선수들의 기량 문제에 여전히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즉, 내셔널리그를 정복할 만큼의 실력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내셔널리그의 득점왕 출신이었던 김한원을 비롯한 몇몇 내셔널리그 출신 선수들이 K-리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점은 김영후에게도 큰 부담감으로 다가온다.

“말씀하신 그대로예요. 내셔널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 K-리그에 가서는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점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더 열심히 할 겁니다. 내셔널리그에서 했던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요. 프로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더 열심히 할 생각이에요. 더 열심히 노력한다면 내년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내셔널리그에서 보여준 폭발적인 득점력을 K-리그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김영후는 그 편견을 깨야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경쟁속에서 기회를 잡아야 하고 그 기회를 성공으로 이끌어야만 한다는 각오가 넘쳤다. 그래야만 멀게만 느껴지는 K-리그 신인왕 그리고 축구 선수로서의 꿈인 대표 선수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3년간 내셔널리그를 장악했던 ‘괴물’ 김영후의 행보는 끝이 났다. 이제 그 ‘괴물’의 시선은 한 단계 더 높은 무대 K-리그를 향해 있다. 3년 전 K-리그 드래프트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던 씁쓸한 과거를 지나 ‘최대어’가 되어 나타난 김영후가 2009시즌 K-리그에서도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축구공화국ㅣ김태석 기자] ktsek77@footballrepublic.co.kr
Posted by 인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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