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영상 모음 :: 모든 것이었던 성남 떠나던 날, 눈물 보인 김학범

무언가 결심한 듯한 굳은 표정으로 뚜벅뚜벅 기자회견장으로 들어오는 김학범 감독의 표정에서 삼삼오오 자리를 잡은 기자들은 이미 사임 기자회견을 직감할 수 있었다.

평소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K-리그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성남 일화를 이끌어온 김학범 감독은 10년 2개월간 공을 들여온 성남과의 이별을 굳은 마음으로 결심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런 굳은 결심도 막상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좀 더 잘할 수 있었다는 회한의 눈물로 변했다. 변변치 않은 현역 시절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강력한 카리스마와 지도력으로 K-리그를 호령한 김학범 감독의 퇴장은 무척 쓸쓸해보였다.


'떠나던 날' 김학범의 머릿속에 가득했던 '성남'

“지나고 나니 참 빨리 시간이 지나갔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느새 제 검은 머리에서 흰 머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30대 장년에 들어와 불혹의 나이를 성남에서 다 보냈습니다. 그간 (잠시 침묵후 눈물을 훔치며) 팀을 맡아오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제 그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성남 일화를 떠나고자 합니다.”

2009년 연말까지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김학범 감독의 사임소감은 그간 그가 운동장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기거나 지거나 항상 담담한 태도로 미디어와 마주했던 그 모습과는 굉장히 거리가 멀었다. 연거푸 테이블위에 물을 마시면서 자신의 격앙된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했고, 사임한다는 대목에서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지난 시즌, 올 시즌 성남이 거둔 성과와는 별개로 김학범 감독에 있어 성남은 자신의 모든 것과 다름이 없었다.

십 년 전 성남은 박종환 감독 시대가 지난 후 르네 데자이에르 감독 체제에서 철저한 실패를 맛봤다. 한 때 K-리그를 3연패했던 위용은 온데간데없이 팀은 하위권으로 전락하며 연전연패했다. 1999년 9월, 김학범 감독은 고인이 된 차경복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약체’ 성남과 인연을 맺는다. 지금의 강력한 성남은 그 때 당시의 눈물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정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감독으로서 K-리그를 정복했던 2006시즌 챔피언 결정전이 아닌, 최하위 전력으로 우승을 일궈냈던 1999시즌의 삼보 FA컵 결승전을 꼽을 정도였다. 그런 성남을 떠나게 되자 김학범 감독은 평소 그답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떠나면서 그는 모든 책임을 떠안았다. 두 시즌동안 어떠한 우승컵도 따내지 못한 책임감을 통감하는 듯했으며, 주위에서 지적하던 이동국의 부진 역시 선수 기용 타이밍을 잘못 잡은 자신의 죄라고 주장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책임, 그로 인해 팬들을 실망시킨 책임. 김학범 감독은 그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떠나면서도 성남과의 추억을 곱씹으며 더욱더 좋은 클럽이 되었으면 한다는 뜻을 남겼다. 단순히 자신이 떠나더라도 성남이 더 많은 우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통념적인 작별인사가 아니었다.

“성남도 하루빨리 선수들이 마음 놓고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용인에 숙소를 뒀던 시절이 있는데 그때는 참 아무 걱정 없이 훈련하고 선수들을 가르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구단에서도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지만, 여건이 안되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아는데 하루빨리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제 후임감독이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합니다. 만약 그 점이 해결된다면 성남은 더 좋은 명문팀이 될 것입니다.”

떠나는 입장에서도 지난 십여 년간, 그리고 감독으로서 3년 10개월간 지도한 선수들이 그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운동하길 바랬다. K-리그 최강의 클럽이라고 평가받으면서도 변변한 클럽하우스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녀야 했던 선수들이 안타까워 남긴 말이다. 소리 소문 없이 자리를 뜨던 다른 지도자와는 달리 그는 떠나면서도 진한 애정을 과시한 것이다. 비록 깨끗이 떠나겠다며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김학범 감독의 머릿속은 성남으로 가득했다.

[축구공화국ㅣ김태석 기자] ktsek77@footballrepublic.co.kr

개인적은 생각을 몇자 적어 봅니다.
기사대로 K-리그 최강팀중 한팀입니다. 국대급 선수들이 즐비하고 국대 선수들도 꽤있죠.. 하지만 클럽하우스 하나 변변히 없다니... 전 수원삼성정도는 안되더라도 어느정도에 시설이 있는곳에서 운동하는줄 알았습니다.
Posted by 인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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