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영상 모음 :: 수원-서울전, 가장 뜨거운 마지막을 기대한다

팀 성적과 전력 그리고 관중 동원 능력 등을 두루 다졌을 때 K-리그에서 '빅 클럽'으로 꼽을 수 있는 팀은 역시 수원 삼성과 FC 서울이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두 팀은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이며 K-리그를 보는 재미를 두 배로 늘려줬다.

두 팀의 경기는 언제나 많은 팬의 함성 속에 치열하게 전개됐다. 지난해 4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두 팀의 대결에서는 무려 55,397명의 관중이 입장해, 한국 프로스포츠 단일 경기 최다 관중 입장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었다.

그런 두 팀이 2008년 K-리그의 최강자를 가르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만났다. 오는 12월 3일(수요일, 저녁 8시)에는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1차전이 펼쳐지고, 7일(일요일, 오후 2시)에는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2차전이 펼쳐진다.

최고의 무대에서 만난 최고의 팀들. 과연 이번 시즌 챔피언 결정전은 근래 보기 드물었던 최고의 명승부가 될 수 있을까?


가장 뜨거운 마지막을 기대한다

결승에 오른 두 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승이다. 우승을 위해 지루한 수비 축구를 한다 해도 뭐라고 할 수 없다. 1년 농사를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에서 최고의 목표는 승리기 때문이다.

1년을 고생하고 피와 땀을 흘려 만든 지금의 이 결과를 오직 팬들을 위해 쓰라는 것은 분명 지나치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고 가장 많은 스타플레이어와 가장 좋은 전력을 가진 두 팀의 경기가 '먹을 것 없는 잔치'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까지 버릴 순 없다.

2008년 한국 축구는 참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올림픽에서의 부진과 아마추어 축구에서의 승부조작 여기에 A 대표팀의 부진까지 맞물리며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라 서러운 주인공이 되어야 했다. 축구장에 물을 채우라는 얘기도 나왔고 그 물을 얼리라는 얘기도 나왔다. 축구팬들에게는 마음 쓰렸던 기억이다.

그러나 2008년이 마지막으로 향해 가면서 다시 축구팬들의 가슴을 활짝 펴게 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부진했던 선수들은 다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A 대표팀은 그간의 부진을 말끔히 씻고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발걸음에 탄력을 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고의 무대에서 맞붙은 최고의 두 팀의 경기는 여러모로 기대와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2008년 어두웠던 한국 축구의 마지막을 그야말로 환하게 비출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미를 장식해야 할 두 팀이 오직 이기기 위해 지루한 축구 혹은 재미없는 축구가 나온다면 자칫 아름다운 마지막을 장식하려는 한국 축구의 축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물불 가리지 않는 공격 축구를 보여달라는 말은 지나친 욕심이다. 그러나 최소한 플레이오프에서 나왔던 그런 경기라면 팬들의 욕구와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 다시 한 번 5만 명이 넘는 구름 관중이 몰려들고 내년에도 혹은 그 다음에도 우리 K-리그가 팬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이기 위해서는, 2008년을 마감하는 마지막 두 경기에서 두 팀이 보여줘야 할 책임도 분명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기는 경기를 하기 위해 지루한 축구를 한다 해도 두 팀을 비난할 순 없다.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기기 위한 축구 바로 아래에는 조금 더 재미있는 축구를 펼쳐야 한다는 책임감도 함께 가져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55,397'. 이 기록을 당분간 깰 수 없는 기록으로 만들 것이냐, 아니면 당장 깨질 기록으로 만들 것이냐가 두 팀에게 달렸다. 수원과 서울이 이기는 경기와 재미있는 경기 그리고 좋은 경기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2008년의 마지막 프로축구를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게 해주길 기대해 본다.

[축구공화국ㅣ손병하 기자] bluekorea@footballrepublic.co.kr
Posted by 인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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